7월 마지막 주, 슬렉슨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WAIC(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 2025에 다녀왔습니다. 기온 32도, 습도 80%를 넘는 날씨에 폭우까지 쏟아지는 날씨였지만, 행사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뜨거운 AI 실전 기술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번 출장은 단순한 ‘해외 행사 참관’이 아니라 AI 산업이 실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중국 AI 기업들이 어떤 전략으로 기술을 전개하고 있는지를 직접 목격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WAIC 2025 내 전시된 기술들은 대부분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단계를 넘어 서로 연결되고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확장되고 있었습니다. 마치 제품을 파는 자리가 아니라, 실사용 기술이 오가는 B2B 기술 시장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현장을 찾지 못한 분들을 위해, 슬렉슨이 WAIC 2025에서 포착한 4가지 주요 관전 포인트를 중심으로 인상 깊었던 기술과 기업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 AI 인프라 : 성능과 전력 효율을 위한 하드웨어 혁신
– 도메인 특화 LLM : 산업별로 진화 중인 언어모델들
– 멀티 에이전트 협업 : 연결되고 있는 지능들
– 로보틱스 + AI : 실사용 가능한 형태로 다가온 로봇
핵심 키워드: WAIC 2025 한눈에 보기
규모 : 총 4개의 전시관, 전시장 면적 70,000㎡, 800여 개 기업 참가, 오프라인 참관객 305,000명 이상
핵심 기술 키워드 : AI 칩, 멀티 에이전트, 도메인 특화 LLM, AI x 로보틱스
주요 주제 : AGI 시대를 향한 연결과 협력
▲ WAIC 2025 – Shanghai, China | 슬렉슨 현장 스케치 영상
1. AI 인프라 : AI는 어디에서 '달리고' 있는가
AI 모델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것이 실제로 동작하려면 반드시 뛰어야 할 ‘운영 환경’이 필요합니다. WAIC 2025 현장에서 가장 먼저 돌아본 곳이 바로 이 AI 운영 환경을 위한 핵심 기술관이었는데, 이 운영 환경을 구성하는 기술들 — 칩과 네트워크 — 에서 전쟁 같은 혁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① CL TECH
: TPU 기반 AI 전용 칩
테스트 화면 위로 TPU 기반 모델이 GPU보다 훨씬 빠르게 응답을 반환하고 있었고,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GPU는 범용이고, TPU는 AI만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추론에 집중합니다.”
AI 대규모 추론이 일반화되면서 GPU의 연산 효율성과 전력 소모는 점점 병목이 되고 있습니다. CL TECH는 이러한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AI 추론에 최적화된 전용 텐서 처리 유닛(TPU) 칩 ShanNa® 을 선보였습니다.
기존 GPU 기반 연산 구조보다 지연 시간은 낮고 전력 효율은 뛰어난 설계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특히 엣지 환경이나 실시간 추론이 중요한 AI 응용 시스템에서 차별화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단순히 하드웨어 스펙만 강화한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최적화 및 툴체인까지 통합 제공하면서 TPU 기반 AI 컴퓨팅의 실용성과 접근성을 함께 높이려는 전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② YUNSILICON
: 네트워크 트래픽 처리 특화 NIC
AI 연산이 복잡해질수록 CPU나 GPU보다 먼저 터지는 병목이 네트워크라는 점은 이미 여러 기업들이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 회사는 그 병목을 하드웨어 수준에서 바로잡는 고성능 NIC(Network Interface Card)를 선보였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이 NIC는 네트워크 트래픽을 하드웨어 수준에서 사전 처리 및 압축함으로써 CPU 소비를 줄이고, 전체 서버 응답 속도를 향상시키는 구조였습니다. 즉, AI가 빠르게 작동하려면 GPU가 아니라 네트워크가 먼저 따라와야 한다는 전략적 메시지였습니다.
특히 멀티 TPU 환경이나 분산 추론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YUNSILICON의 NIC가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AI 성능 최적화의 핵심 보완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2. 도메인 특화 LLM : 언어모델은 어디까지 '전문화'될 수 있는가
범용 LLM의 시대가 열리면서 이제 중요한 질문은 “누가 더 큰 모델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쓸 만한 모델을 만드느냐”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번 WAIC 2025에서는 특히 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도메인 특화 LLM의 움직임이 활발했습니다. 법률, 에너지, 오피스 SW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제된 지식 + 실제 사용성이 결합된 모델이 등장했고, 범용 LLM과는 다른 방향의 ‘실전 경쟁’을 보여줬습니다.
① Kingsoft
: 법률 기반 LLM 서비스
중국의 대표적인 오피스 소프트웨어 기업 Kingsoft는 중국 법률 도메인에 특화된 LLM을 바탕으로 변호사 개인의 언어 스타일과 업무 데이터를 반영한 상담형 AI 아바타를 구현했습니다.
이 아바타는 일반적인 Q&A 챗봇과는 다르게 사건 상황, 증거, 판례를 통합적으로 받아들이고, 판단의 근거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응답했습니다. 단순한 문서 요약이나 판례 검색을 넘어 실질적으로 법률 자문을 대체하거나 보조할 수 있는 대화 인터페이스를 제시했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LLM 도입이 API 연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메인 구조 설계, 지식 커스터마이징, 사용자 시나리오 정의까지 내부적으로 체화된 설계 역량이 필수적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② Baidu Wangpan
: 멀티 모달 기반 AI 노트
WAIC 현장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이 온라인 강의 영상 옆으로 자동 생성되는 AI 노트였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이 AI 노트의 기능이 단순 요약 수준을 넘어 해당 시점의 주요 개념, 관련 수식, 예시 및 응용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영상 속 특정 장면을 위한 타임스탬프까지 달려 있어 클릭하면 즉시 해당 구간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고, 덕분에 전체 학습 흐름이 하나의 인터페이스 안에서 정리되는 구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수준이 아니라, 강의 화면 속 시각 정보, 발화 내용, 배경 이미지 등을 함께 분석해 맥락을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재구성하는 AI의 멀티모달 이해 능력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이 AI 노트는 Baidu의 문서 플랫폼인 Wenku와 연동되어 콘텐츠 공유 및 수익화가 가능하고, 실제 중국 내 40개 대학에서 시범 운영을 거쳐 현재 약 500만 명 사용자 대상으로 서비스되고 있다고 합니다.
③ Siemens
: 수소 플랜트 설계 LLM 챗봇
Siemens의 ‘Hydrogen Plant Configurator’는 전형적인 챗봇 인터페이스를 쓰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수소 생산 공정 전체에 대한 설계 지식과 조건 최적화 로직이 내장되어 있었습니다.
관람객이 “이 유량 조건으로 압축기 구성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입력하자, LLM은 즉시 가능한 설계안, 권장 구성, 주의할 성능 요소까지 조목조목 제시했습니다. 이 챗봇은 단순한 정보 제공용 도구가 아닌 엔지니어링 도메인에서 실제로 사용 가능한 설계 지원 도우미였고, LLM이 결정 보조 시스템으로 확장되는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향후 제조, 에너지, 엔지니어링 산업에서는 이러한 시뮬레이션-LLM 구조가 디지털 트윈을 넘어 실제 설계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3. 멀티 에이전트 협업 : '작은 AI'들의 구조화된 분업
WAIC 2025 현장에서 또 하나 눈에 띄었던 흐름은, 에이전트가 서로 연결되고 협업하는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AI 에이전트가 독립적으로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여러 에이전트가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작용하고, 전체 프로세스를 분담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① ANP
: 에이전트 연결을 위한 네트워크 프로토콜
ANP(Agent Network Protocol) 부스에서는 서로 다른 프레임워크에서 만들어진 에이전트들이 마치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동작하는 서비스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ANP는 에이전트 간 A2A(Agent-to-Agent) 통신을 표준화하는 프로토콜로, MCP(Model Context Protocol)와 유사하지만 보다 광범위하게 다양한 도메인의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합니다.
개별 에이전트의 성능 향상보다 ‘연결을 통한 시너지’가 AI 협업의 핵심 가치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특히 복잡한 프로젝트에서 여러 AI 모듈이 협력해야 할 때, 표준화된 연결 언어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② Midu
: 다중 에이전트를 활용한 여론 분석 파이프라인
Midu 부스에서 진행된 데모는 마치 작은 분석팀이 동시에 움직이는 장면을 보는 듯했습니다.
“V Assistant에게 공공 여론을 분석해달라”는 명령이 내려지자, 여론 데이터 분석, 보고서 작성, 교정 작업을 맡은 에이전트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동시에 워크플로우를 진행했습니다. 과거 단일 에이전트가 순차적으로 처리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역할 분담과 협업 설계를 전제로 한 멀티 에이전트 구동으로 진화한 모습이었습니다.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협업 흐름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에이전트를 배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고, 향후 콘텐츠 제작, 리서치, 리포트 생성 업무에서 다중 에이전트 기반 워크플로우가 실용화될 가능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4. 로보틱스 + AI : 물리적 현실로 나온 AI의 진화
WAIC 2025의 로보틱스 + AI 전시관은 ‘미래 기술 전시’가 아니라 이미 산업과 일상에 녹아든 로봇 생태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무대였습니다. 각기 다른 공간과 시나리오 속에서 로봇들은 쇼가 아닌 실제 업무 수행 능력을 입증했고, 이는 ‘로봇이 사람 곁에 서는 시대’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님을 보여줬습니다.
① 로보틱스 거리
: 로봇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일상

전시장은 마치 작은 도시를 축소해 놓은 듯한 풍경이었습니다. 붉은 벽돌 간판 아래 카페, 상점, 작업장이 늘어서 있고, 그 속에서 로봇들이 실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관람객들은 유리벽 너머가 아닌 바로 옆에서 로봇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며 감탄을 쏟아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상점 코너였습니다. 로봇이 진열대에서 음료와 과자를 꺼내 사람에게 건네주고 있었습니다. 아주 느린 속도긴 했지만, 손목과 손가락의 정밀 제어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옆으로 이동하니 작업복과 안전모를 착용한 산업용 휴머노이드가 설비 조립과 배관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로봇은 양팔로 공구를 잡고 파이프를 조여 나갔고, 제조•건설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수준의 동시 제어 및 안전 인식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물류 라인에서는 회색 작업복을 입은 로봇이 컨베이어 벨트 위를 흐르는 박스를 집어 올려 분류하고 있었는데, 색상 • 크기 • 위치에 따라 실시간 분류 경로를 변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단순 반복이 아닌 AI 기반 비전 인식과 의사결정이 결합된 형태였습니다.
이어 Unitree Robotics의 휴머노이드 2대가 전통 용춤을 펼치며 부드러운 관절 제어와 협동 동작의 완성도를 보여줬고, 같은 부스에서는 로봇이 붓으로 한자를 쓰며 정교한 손목 회전과 압력 제어를 시연했습니다.
② Westwell
: 항만 물류를 움직이는 자율 주행 Q-Truck
Westwell 부스에는 실제 크기의 Qomolo 시리즈 자율주행 전기 트럭(Q-Truck)이 전시되어 있었고,옆 스크린에서는 항만, 물류 거점에서의 실주행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습니다.
이 자율 주행 트럭은 AI 기반 경로 계획, 실시간 차량 스케줄링, 에너지 최적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이미 중국 내 주요 항만에서 화물 운송에 투입되어 있다고 합니다. 차량이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과정, 복잡한 항로에서 충돌을 피하는 주행 장면, 그리고 전체 차량군을 AIoT 플랫폼에서 중앙 제어하는 화면이 실시간으로 펼쳐졌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기술이 단순한 ‘전시용 컨셉’이 아니라 이미 상용화되어 현장에서 운행 중인 AI 로보틱스였다는 사실입니다. 이 순간 자율주행은 더 이상 R&D 단계의 데모가 아니라 물류 산업의 운영 단위로 이식된 현실 기술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③ Unitree
: 휴머노이드 로봇 G1의 격투 퍼포먼스
현장에는 격투 링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안에 G1 휴머노이드 로봇이 격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펀치와 킥, 방어, 회피 동작까지 정확하게 수행하며 자사의 4족 보행 로봇이 보여줄 수 있는 균형 제어, 충격 대응, 경로 학습 등의 알고리즘을 체감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가벼운 퍼포먼스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로봇 동작의 실시간 최적화와 상황 반응성을 기술적으로 시연한 사례로, 로봇에 AI를 통합하는 것이 단순한 비전 처리 수준을 넘어 물리적 행동까지 모델이 제어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외 다양한 분야의 로보틱스 + AI
결론
WAIC 2025를 돌아보면, 이번 행사의 진짜 의미는 ‘기술의 집합’이 아니라 기술 간의 연결과 작동 방식에 있었습니다. AI 전용 칩과 네트워크 인프라는 성능과 효율의 한계를 넘어섰고, 산업별 LLM은 현장의 언어로 문제를 해결했으며, 멀티에이전트 협업 구조는 복잡한 업무를 나누어 처리하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로보틱스는 더 이상 실험실의 결과물이 아닌, 물류 • 제조 • 서비스 • 문화 현장에서 실제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슬렉슨이 얻은 가장 큰 인사이트는 “AI는 이제 개별 솔루션 경쟁이 아니라, 인프라–모델–협업–물리 실행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통합 경험’으로 경쟁하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슬렉슨은 자사의 AI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CodeCenter, Puteron AI 등 자사 제품 기반으로 강화하고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1. 산업 특화 LLM 플랫폼 (Puteron AI 중심)
– 다양한 도메인을 학습하고 보안 강화된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실행 가능한 LLM 통합 플랫폼
– 산업 수요에 맞춘 Prompt RAG, edge 최적화 등 기능 제공을 통해 시장 니즈에 대응
– 향후 의료, 제조, 금융 등 실전 적용 사례 기반으로 도메인형 AI 비즈니스 확장 예상
2. 협업형 AI 플랫폼 (CodeCenter 중심)
– Air-Gap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온프레미스 AI 코딩 어시스트 기능 제공
– 내부 DevOps/ALM 흐름에 자연스럽게 결합, 멀티 에이전트 협력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으로 성장
– 내부 시스템과 외부 LLM, 도메인 모델을 연결하는 접점 역할 강화
3. AI 인프라 최적화•컨설팅
– 하드웨어 최적화(칩+네트워크), 모델–워크플로우 연결, 운영 자동화를 아우르는 컨설팅 제공
– 과거는 개별 도구 제공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AI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와 성능 최적화가 주도권
이번 WAIC 2025 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 관람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설계하고 제공해야 할 AI 생태계의 미래 지도를 직접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슬렉슨은 이 변화의 최전선에서 산업 현장을 이해하는 깊이, AI 기술을 구현하는 힘,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량으로 고객이 AI 시대의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설계하고 실행할 것입니다.